“아! 집이 경이로운 것은 그것이 우리를 보호해 주거나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도, 우리를 위한 벽이 있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우리 마음속에 그 아늑한 물건들이 천천히 쌓여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 어렴풋한 덩어리를 만든다. 거기에서 샘물처럼 꿈이 생겨난다.”
-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허희정 역, 펭귄클래식, 2009, 76쪽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22차례 이사를 했다. 적지 않은 이동이었다. 대부분의 이사가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졌지만, 독립을 한 이후에 이루어진 이사도 10차례나 된다. 떠돌아다닌 책임이 내게도 절반 가까이 있다. 대부분의 이사가 도시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변명하기에도 너무 잦은 이사였다. 한 곳에서 가장 오래 산 것이 7년쯤이었다.
잦은 이사가 남긴 것은 집에 대한 낮은 애착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한국 안에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디아스포라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