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15 – 생텍쥐페리, 집이 경이로운 것은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21
      “아! 집이 경이로운 것은 그것이 우리를 보호해 주거나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도, 우리를 위한 벽이 있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우리 마음속에 그 아늑한 물건들이 천천히 쌓여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 어렴풋한 덩어리를 만든다. 거기에서 샘물처럼 꿈이 생겨난다.”
             -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허희정 역, 펭귄클래식, 2009, 76쪽
출처 - 픽사베이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22차례 이사를 했다. 적지 않은 이동이었다. 대부분의 이사가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졌지만, 독립을 한 이후에 이루어진 이사도 10차례나 된다. 떠돌아다닌 책임이 내게도 절반 가까이 있다. 대부분의 이사가 도시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변명하기에도 너무 잦은 이사였다. 한 곳에서 가장 오래 산 것이 7년쯤이었다. 

     잦은 이사가 남긴 것은 집에 대한 낮은 애착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한국 안에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디아스포라로 살아온 셈이다. 가족사 속에 디아스포라의 운명―강원도 평강군에서 태어난 아버지 형제자매들은 6.25를 겪으며 뿔뿔이 흩어져 중국, 북한, 남한 3개의 국적을 갖게 되었다―이 원형질로 들어앉아 있어서, 남들과는 다른 고향...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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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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