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사는 게 가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 살아가는 공간 모든 것이 허상인 것처럼. 하루하루 비슷하게 살아왔는데 문득 돌아보면 10년이 지나 있고 그 사이 나는 나이를 먹고 달력의 날짜가 달라졌고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은데 정작 내 자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 믿었던 것들, 꿈꿨던 것들이 모두 그저 한 순간의 신기루였던 건 아닐까. 나는 나의 두 발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런 순간이었던 건 아닐까.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기대, 앞으로 좋아질 거라는 희망, 나에게 있다고 믿었던 모든 기회들은 사실 아무 것도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손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을 때 밀려오는 허탈감과 허무함은 내 가슴 한 구석을 가득 채워 버렸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 그걸 이겨내고 다시 나아가던 순간들, 그 삶의 순간들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