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음 당했다.” 요즘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다. 자본이 없으면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난이 따라붙는 시대. 노력해도 신분 상승을 꿈꿀 수 없음을 몸소 체감한 청년들은 동사의 세계에 종말을 고하고 피동사의 세계로 진입했다. 자기 비하와 열패감이 뒤섞인 세계는 암암리에 패륜과 폭력을 용인하며 가난을 멸시하는 풍조를 재생산한다. 트위터에서는 “가난하면 애 낳지 말라”라는 울분 섞인 글이 수천 개의 알티를 탄다.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잊을만하면 ‘가난도 가정 폭력’이라는 주장이 수백 개의 공감을 얻는다. 초등학생들은 친구 부모의 직업과 월 소득, 주택 소유 형태에 따라 신종 거지 계급을 만들고,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은 ‘유튜버’와 ‘건물주’가 1,2위를 다투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고 염치가 없으며, 기초생활수급자는 전부 악마라는 혐오 발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니,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