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명명법> - 하기정
그것은 오고 있는 중이었고 내리고 있었다녹빛으로 말해지기도 하고 하양으로 불렸다첫, 이나 마지막으로 앞뒤를 구분하기도 했다언덕을 넘어오다가 꽃바구니를 든 채 넘어지기도 했다차갑고 뜨겁고 그리워하는 것 중에서손가락을 들며 멀리서 피어오르기도 했다예민한 피부에 솜털을 세우고 소름처럼 좁쌀을 뿌렸다멀리서 떠오르다가 붐비기도 했다물들기도 하고 냄새를 풍기며 사라졌다뿌리고 쌓이며 넘쳤다 흘러내리다 지워졌다뛰면 뜨거웠다체온을 재며 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들이 무너질 때죽은 사람들이 태어나는 사람들보다 많은 계절이었다
- 하기정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중에서.
계절의 이름을 지을 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구름이 두 개의 계절을 품으면 그건 또 어쩌나. 얼마 전 비가 내리는 사이에 어느 산 깊은 곳에서는 눈이 내렸다. 그건 또 어떻게 이름을 붙여야 하나.
오늘 하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