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못에서 수달이 사라졌다. 작년 어느 시점부터 수달이 보이지 않는다. 틀못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되면서 더는 살 곳이 못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어디로 갔을까? 이곳에서는 갈 곳이 없다. 틀못부터는 김제평야가 이어지고 있어서 물이 흐르는 개천이 가까이에 없다.
만경강이 가장 좋은 곳이지만, 전주에서 익산 쪽으로 흐르는 만경강까지 가려면 7∼8km는 가야 하고 차들이 질주하는 큰 도로를 대여섯 개를 건너야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목숨을 걸어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사는 일이 목숨을 거는 일이지만 너무 가혹하다.
누군가 살 수 없는 곳에서 살아낸다는 것을 생존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실은 독성이 아주 강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수달을 밀어내고도 잘만 산다면 인간의 독성이 그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아름답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무서운 것이다.
수달이 떠난 자리에 빈 기억이 생겼다. 그 자리에는 수달이 만든 소리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