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정작 중요한 건 텅 비워놓은 채 매끈히 심신을 가꾸고 온갖 생활용품을 주렁주렁 갖고 다니는, 남 목숨이 상한 살인 사건을 조사할 때에 유독 다물어지지 않는 균열로서 제 존재를 확인하는 한 남자 형사, 그리고 애초에 자신이 만날 수 없을 물질적·감정적 계급을 지닌 그를 한번 보고선, 그에게서 ‘미결’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그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을 간파하고 그와 수 싸움을 벌이는 중국 여자와의 멜로 이야기다.
이제는 시대의 단어가 된 '역차별'을 대사에 그대로 넣은 채, 여자가 중국인 이주민에 갖가지 과거 경력으로 주위의 의심을 살 때 남자는 짐짓 PC한 염려로 그 의심들을 애써 나무란다. 그리고 나중 돼서 설득력 있는 심증으로 그 남자가 여자를 의심할 때, 그 때는 주위의 사람들이 거꾸로 그 남자의 의심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거기서 이미 남자는 여자에게 깊이 연루된 것이다. 높은 확률로 여자는 아마도 의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