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정확히는 헤어진 이후 20일 가량 흘렀지만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감정이 점점 진해지는 날이다. 5년 넘게 만났던 터라 그런지 헤어진 당일보다 시간이 점점 지나갈 수록 점점 실감이 난다. 그만큼 그녀는 내게 스며들었던 것일까? 밥을 먹을 때 옷에 튀어버린 김치 국물 자국마냥 아무리 지우려 해도 빨간 김치물은 빠질지언정 그 자국은 영원히 그 옷에 문신처럼 세겨지듯 잊고싶어도 내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될 그런 사람일 것이다.
만나온 세월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그녀에게 연락 좀 자주 해달라는 나의 본심과는 달리, 가시가 돋힌 말로 바뀌어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고 그 가시는 몇초만에 큰 대못으로 변모해 너의 심장을 뚫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녀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한 그 말은 단지 방아쇠였을지 모른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나조차도 그간 소원해진 사이에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고 방아쇠가 당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