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성과 상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영화 장르를 '오컬트'라고 부른다. 인간이 축적한 지식으로 가 닿을 수 없는 어떤 곳을 향해 가는 이런 영화 장르를 나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생각하는데, 이러한 영화들은 주로 악령이나 악마와 같은 미신적인(혹은 미심쩍은) 존재들의 힘을 빌어 인간의 불완전성을 낱낱이 고발하기 때문이다. 오컬트 영화 속에서 우리의 불완전성은 미지의 존재로부터 명징하게 지적받는다. 종교적 차원에서 인간은 완전한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완벽한 피조물이지만, 윤리적 차원의 인간은 사실 불완전하고 어두운 존재들과 더욱 닮았다는 것, 혹은 기어코 닮아간다는 것.
최근에 만난 어떤 영화는 악마와 인간, 지옥과 현세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흥미롭게 육박해온다. 흔히 끔직한 악행을 저지른 인간을 악마에 비유하지만(악마 같은 인간), 사실은 악마가 인간의 형상을 비유하여 만들어진 존재일 수 있다는 의심을 짙게 만드는 영화(인간 같은 악마). 이런 영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