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그로 넌센스 - <별건곤>의 탐정소설
<별건곤>에 실린 <연애의 복수>와 <기차에서 만난 사람>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질은 문자 매체인 신문이 사건 전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소설의 도입부에 주인공은 기차에서 신문을 읽는다. 신문에서 “엇던 부인이 행방불명된 기사”를 읽고 범죄 사실과 처음 대면하게 된다. 이후 특정한 국면에서 어김없이 주인공은 신문을 읽고 ‘탐정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소설은 탐정소설의 표지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탐정이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탐정소설의 '탐정'이 반드시 범죄사건을 담당하는 특정한 직업명을 지시할 필요는 없지만 사건해결을 욕망하는 인물은 필요한데, 이 소설의 주인공을 탐정의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은 신문이라는 문자 매체이다. 신문으로 표상되는 ‘타자’가 인물들의 위치-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자리(경찰, 손군)와 사건의 단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