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의 욕망과 사회적 업보
1964년 12월 7일에 치러진 서울특별시 지역 전기 중학교 입시 자연 과목 18번 객관식 4지선다 문항은 소위 ‘무즙 파동’이라 불리는 사태를 초래했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서울시 공동출제위원회가 발표한 정답은 1번 ‘디아스타제’였다. 2번 답안으로 제시된 ‘무즙’을 정답으로 고른 학생도 많았다. 왜냐하면 무즙을 넣어도 엿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엿을 만들 때 무즙을 넣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무즙에 디아스타제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으니 당연히 무즙도 답이 될 수 있었다.
시험 직후부터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청은 원안을 고수했다. 1번 디아스타제만 정답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오답으로 처리한 것이다. 결국 한 문제 때문에 수십 명의 학생이 그토록 선망하던 명문 중학교 입학에 실패했다. 당연히 2번 무즙을 답안으로 골라 오답 처리된 학생들의 엄마들이 들고 일어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