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의 욕망과 사회적 업보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8/29
"수저 대물림, 정보화세대에 더 심해졌다"(한국일보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601311829286833)

대물림의 욕망과 사회적 업보 

1964년 12월 7일에 치러진 서울특별시 지역 전기 중학교 입시 자연 과목 18번 객관식 4지선다 문항은 소위 ‘무즙 파동’이라 불리는 사태를 초래했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서울시 공동출제위원회가 발표한 정답은 1번 ‘디아스타제’였다. 2번 답안으로 제시된 ‘무즙’을 정답으로 고른 학생도 많았다. 왜냐하면 무즙을 넣어도 엿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엿을 만들 때 무즙을 넣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무즙에 디아스타제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으니 당연히 무즙도 답이 될 수 있었다. 

시험 직후부터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청은 원안을 고수했다. 1번 디아스타제만 정답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오답으로 처리한 것이다. 결국 한 문제 때문에 수십 명의 학생이 그토록 선망하던 명문 중학교 입학에 실패했다. 당연히 2번 무즙을 답안으로 골라 오답 처리된 학생들의 엄마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무즙을 넣어 직접 만든 엿을 들고 교육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흥분한 엄마들은 “무즙으로 만든 엿이나 먹...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2
팔로워 2.2K
팔로잉 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