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자잘한 일을 다 내게 시킨다. 쓰레기를 내놓는 일부터 위장약을 타오는 일까지, 밖에 나가는 일은 거의 내 몫이다. 엄마가 크게 아픈 건 아니다. 주 5일 8시에서 5시까지 일하고 온다. 다만 조금 불안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동네에는 험악해 보이는 아저씨가 많이 산다. 밤에는 문신한 애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도 한다. 요즘에는 뉴스를 틀면 매일 같이 칼부림, 강간 미수, 살인 예고 소식을 접하다 보니, 엄마는 밖에 나갈 때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집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귀찮아도 하는 수 없다. 내가 움직이는 수 밖에.
엄마가 유난 떠는 것은 아닌가 보다. 사촌누나들은 1인 가구인데, 스즈메보다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 이유 없이 문을 두들기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고, 집 앞까지 찾아와서 욕을 퍼붓고 가는 전 남자친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누나 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따로 살고 있다. 한 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