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여자라서 죽는다.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각자도생에서 사회연대로
2023/08/20
우리 엄마는 자잘한 일을 다 내게 시킨다. 쓰레기를 내놓는 일부터 위장약을 타오는 일까지, 밖에 나가는 일은 거의 내 몫이다. 엄마가 크게 아픈 건 아니다. 주 5일 8시에서 5시까지 일하고 온다. 다만 조금 불안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동네에는 험악해 보이는 아저씨가 많이 산다. 밤에는 문신한 애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도 한다. 요즘에는 뉴스를 틀면 매일 같이 칼부림, 강간 미수, 살인 예고 소식을 접하다 보니, 엄마는 밖에 나갈 때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집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귀찮아도 하는 수 없다. 내가 움직이는 수 밖에.

엄마가 유난 떠는 것은 아닌가 보다. 사촌누나들은 1인 가구인데, 스즈메보다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 이유 없이 문을 두들기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고, 집 앞까지 찾아와서 욕을 퍼붓고 가는 전 남자친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누나 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따로 살고 있다. 한 쪽은 가정이 있어서 같이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문 앞에 수상한 사람이 있을 때 의지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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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자기계발론과 자유방임주의에 맞섭니다. 법치국가와 사회연대를 결합하려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더칼럼니스트 창간 1주년 기념 칼럼 공모전 당선 얼룩소 에어북 공모 1회차 선정 '함께 자유로운 나라' 출간 얼룩소 에어북 공모 6회차 선정 '좌업좌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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