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Poor Things)>(2023, 요르고스 란티모스)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온갖 감각과 조우하는 벨라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 솔직하고 적나라한 제스처, 그에게 한주먹거리도 안 되면서 통제하려 애쓰는 던컨의 우스꽝스럽고 모순적인 언행, 그 사이 오가는 몸짓과 대사의 핑퐁에 있는 경쾌한 호흡, 그 전부를 둘러싼 채 닫혀 있는 하늘 안 파스텔톤 구름- 보기에 얼마나 즐거운가. 이야말로 매니악한 아이캔디다.
벨라 백스터는 왜 이다지도 완벽한가. 이름부터 아름답고, 정신이 번쩍 들게 솔직하다.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와중 자신을 구속하는 것들을 별로 사뿐하지 않게 즈려밟는다. 손목을 잡히면 뺨을 때린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히스테릭하며 타고난 모성이 있다’는 매도에 대한 반증인 마냥 연인(보다는 섹스 파트너)의 눈물 앞에서 눈알을 굴리고, 본인에게 ‘모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급속도로 지식을 터득하더니 더욱 이성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