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오해한다. 내 직업이 영어 번역가라니 원어민과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으리라고. 안타깝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번역가는 글을 다루는 사람이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영어문장을 보는 나나 원서 5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을 유려하게 한국어로 옮기는 동료 번역가들도 그만큼 유창하고 능숙하게 영어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말과 글은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어민을 만났을 때 영어 사용을 꺼리거나 부끄러워하는 동료 번역가도 자주 봤다. 내가 그나마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고, 30대에는 통역 아르바이트를 뛸 수 있었던 이유는 외국에서 3년 정도 살았기 때문이다. 영어를 듣고 말하는 연습을 3년 동안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허나 언어란 계속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녹이 스는 운동이나 악기 연주와 같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