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엿보는 일'의 기대와 부응 - 권보드래의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기원〉의 문제와는 별도로 이 책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었다.
“독백이되 만인 앞에서 독백인, ‘~다’체는〈내면을 엿본다는〉느낌을 맛보게끔 만든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차단한 상태에서 토로하는 내면, 그 미지의 사유지를 넘겨보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해 주는 것이다.”
‘~다’체가 내면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을 만들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소설이〈현실〉이라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갖게 한다는 것을 설명한 대목의 일단(一端)이다. 내게 위의 문장이 흥미로웠던 이유는,〈내면을 엿본다〉는 일은 수용자와 생산자가 만나는 합일의 상태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것은 소설 바깥에서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도 조장될 수 있는 문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광수를 꼽을 수 있다.
그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당대 최고인기명사의 내면을 훔쳐보려는 기대감을 쉽게 분리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