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리듬과 순환론적 세계관 - 김동리, 「무녀도」
주목해야 할 점은 조선 무속의 상징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모화라는 인물이 ‘심미화’되고, ‘신화화’되는 핵심적인 방식이다. 이는 김동리 문학관이 지닌 종교적 성격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해방 이후 김동리 문학이 보여주는 정치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굿이 열린 백사장 동편으로는 밑 보이지 않는 검푸른 소ㅅ물이 돌고 있었다.
이날 밤, 모화의 정숙하고, 침착한 양은 어제 같이 미첬던 여자로서는 너무도 의아 하였다. 그것은 달ㅅ밤으로 산에 기도를 다닐적 처럼 성스러워도 보이었다. 그의 음성은 언제 보다도 더 구슬펏고, 그의 몸세는 피도 살도 없는 율동(律動)으로 화하여젔었다. 이때에 모화는 사람이 아니요, 율동의 화신이었다.
밤도 리듬이었다 <중략>…… 취한양, 얼이 빠진양, 구경하는 여인들의 호흡은 모화의 쾌자ㅅ자락만 따라 오르나리었고, 모화는 그의 춤이었고, 그의 춤은 그의 시나위ㅅ가락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