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리듬과 순환론적 세계관 - 김동리, 「무녀도」
2023/12/26
주목해야 할 점은 조선 무속의 상징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모화라는 인물이 ‘심미화’되고, ‘신화화’되는 핵심적인 방식이다. 이는 김동리 문학관이 지닌 종교적 성격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해방 이후 김동리 문학이 보여주는 정치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굿이 열린 백사장 동편으로는 밑 보이지 않는 검푸른 소ㅅ물이 돌고 있었다.
이날 밤, 모화의 정숙하고, 침착한 양은 어제 같이 미첬던 여자로서는 너무도 의아 하였다. 그것은 달ㅅ밤으로 산에 기도를 다닐적 처럼 성스러워도 보이었다. 그의 음성은 언제 보다도 더 구슬펏고, 그의 몸세는 피도 살도 없는 율동(律動)으로 화하여젔었다. 이때에 모화는 사람이 아니요, 율동의 화신이었다.
밤도 리듬이었다 <중략>…… 취한양, 얼이 빠진양, 구경하는 여인들의 호흡은 모화의 쾌자ㅅ자락만 따라 오르나리었고, 모화는 그의 춤이었고, 그의 춤은 그의 시나위ㅅ가락이었고… 시나위ㅅ가락이란, 사람과 밤이 한 개 호흡으로 융화되려는 슬픈 사향(麝香)이었다. 그것은 곧 자연의 리듬이기도 하였다.
「무녀도」에서 모화가 종교적으로 신화화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다. 마지막 굿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차 그녀의 몸은 “피도 살도 없는 율동”, “율동의 화신”, “시나위ㅅ가락”으로 전화(轉化)되어, 하나의 자연적 리듬으로 승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녀의 육체가 ‘자연적 리듬’으로 전화된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무화된다는 측면에서, 각기 사물들의 특수성이 소멸되고, 이를 아우르는 보편성으로 승화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기체적(동양적) 세계관에서 볼 때, 모화가 굿의 클라이막스에서 물속에 빠져 죽음에 이른다는 설정은 그녀가 현세적인 생/사, 인간/자연의 경계를 초월한 영역...
그녀의 육체가 ‘자연적 리듬’으로 전화된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무화된다는 측면에서, 각기 사물들의 특수성이 소멸되고, 이를 아우르는 보편성으로 승화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기체적(동양적) 세계관에서 볼 때, 모화가 굿의 클라이막스에서 물속에 빠져 죽음에 이른다는 설정은 그녀가 현세적인 생/사, 인간/자연의 경계를 초월한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