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아이는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빠! 이가 빠지면 키가 많이 큰거야?" 어른의 입장에서 이가 빠진 것과 키가 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아이는 아마도 자신이 많이 자랐기 때문에(또는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이가 빠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고 그렇다면 아이의 말대로 이가 빠지면 키가 많이 큰게 맞다.  아이의 아빠는 피곤해보였지만 나는 아이의 순수함이 너무나 귀여웠고 부러웠다. 그리고 겹쳐지는 어릴적 아빠와 나... 내 기억 속 아빠는 언제나 나에게  웃는 모습이셨고 검은 봉다리를 들고 퇴근하시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 안에는 브라보콘, 메로나 같은 빙과류와 가끔은  바나나 반 다발, 프라이드 치킨이 들어있기도 했다. 우리 집은 계단이 있는 1층이었는데 여름날 저녁식사 시간엔 현관문을 열어두고  거실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김치찌개, 닭백숙 같은 온 가족이 좋아하는  메뉴들을 푸짐하게 먹었었다.   그때의 튤립꽃 모양의 거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