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같은 영화를 두 번 봤다. <다음 소희> 이야기다. 아침엔 글쓰기 소재를 찾으려고 봤다. 실제 사건에서 어느 부분이 같고 다른지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현장실습생 김소희가 나오는 전반부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스무 살 무렵 아는 소설이 영화로 나왔을 때 괜히 원작과 비교하다가 정작 영화 자체를 못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때와 똑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머리를 싹 비우고 저녁에 다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제야 김소희의 모습이 똑바로 보였다. 소희가 한겨울 강가에 몸을 던지고, 오유진 경감으로 카메라 주도권이 넘어간 순간, 내 궁금증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대체 왜 책임은 몽땅 소희가 짊어져야 하지?’
내 눈에 보인 소희의 사인死因은 압사였다. 소희는 계속해서 쌓여가는 책임에 깔려 죽었다. “학생이 죽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어.” 유진의 입을 빌어 나온 <다음 소희>의 핵심 대사다. 여기에 한마디만 보태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