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임은 소희만 지나요.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2/21
 하루에 같은 영화를 두 번 봤다. <다음 소희> 이야기다. 아침엔 글쓰기 소재를 찾으려고 봤다. 실제 사건에서 어느 부분이 같고 다른지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현장실습생 김소희가 나오는 전반부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스무 살 무렵 아는 소설이 영화로 나왔을 때 괜히 원작과 비교하다가 정작 영화 자체를 못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때와 똑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머리를 싹 비우고 저녁에 다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제야 김소희의 모습이 똑바로 보였다. 소희가 한겨울 강가에 몸을 던지고, 오유진 경감으로 카메라 주도권이 넘어간 순간, 내 궁금증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대체 왜 책임은 몽땅 소희가 짊어져야 하지?’
영화 <다음 소희> 포스터

내 눈에 보인 소희의 사인死因은 압사였다. 소희는 계속해서 쌓여가는 책임에 깔려 죽었다. “학생이 죽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어.” 유진의 입을 빌어 나온 <다음 소희>의 핵심 대사다. 여기에 한마디만 보태고 싶다. 나쁜 회사는 현장실습생을 책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과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책임을 더 얹으려 든다. 현장실습생들은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까지 짊어졌다가 사고를 당한다. 울산 김대환 군은 규정에도 없는 야근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고, 제주도 이민호 군은 두 명이 돌려야 할 기계를 혼자 돌리다가 사망했으며, 여수 홍정운 군은 애초에 미성년자가 하면 안 되는 잠수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소희 또한 책임져야 할 것 투성이다. 교사와 학교, 회사와 팀장은 교묘한 책임의 연대보증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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