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2021년 3월 11일이었다.
영화에서 흔히 사고가 나는 장면을 표현할 때 일상적인 화면이 갑자기 정지하고 쩍하고 유리에 금이 가거나 조각조각 흩어지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날벼락 같은 그 일이 일어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 날 그 시간의 사람들의 말투, 표정, 공기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교직에 들어온 지 24년, 갑자기 흘러가던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내 머리 속엔 폭력의 기억이, 극도의 공포감이, 소외감과 외로움이 조각난 기억과 함께 유리 파편처럼 머리 속에 흩어져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 날은 그냥 아무 날도 아니었다. 그저 어수선한 일상의 아침이었다.
일찍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맞이해 잔소리 대신 격려를 하고 남은 이틀도 화이팅!을 외치며 교실을 빠져 나왔다. 여느 날처럼 해야 할 일로 마음은 분주했고 할 일도 산더미처럼 많은 학기 초라 슬리퍼를 신은 내 발은 빠르게 교무실과 교실을 오갔다.
다만, 3일 째 금쪽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