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⑤

김양균
2024/03/19
   
이 이야기는 2014년 4월 26일부터 시간을 거슬러 그날에서 멈출 것입니다. 우린 시간여행의 종착지인 그해 4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시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수십 개의 천막이 있었지만 사람이 붐비는 곳은 따로 있었다. 대한적십자, 대기업, 종교 단체가 만들어놓은 임시 식당도 그 중 하나였다. 메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들을 자원봉사자들이 만들곤 했다. 그날은 육개장 냄새가 났다. 

자원봉사자가 일회용 용기에 밥을 담으면, 다른 이가 그 위에 국을 부었다. 반찬은 김치. 중심이 맞지 않는 탁자는 흔들거렸지만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옆자리의 사내가 내게 음식을 권했다. 그는 다른 천막에서 얻어왔다고 했다. 은색 식판위에 식은 파전 몇 조각이 있었다. 무어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꾸벅이고 한 조각 집어들자 그는 씩 웃었다. 

모자를 눌러쓴 그의 국그릇은 그대로였다. 그러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몇차례 담뱃불을 붙여보려고 애를 썼지만 불은 금세 꺼져버리곤 했다. 전날보다 바람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담배 연기는 바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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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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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기자
여러 의미의 건강에 대해 씁니다. <팔레스타인의 생존자들>, <의사 vs 정부, 왜 싸울까?>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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