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량품입니까-➃사건마다 사법입원제 이야기가 나왔다

김양균
2023/09/06
[프롤로그] 묻지마범죄와 정신질환을 묻다
①투명인간이 보일때 생기는 일
②정신장애인은 고독하다
③“박수정을 찾아라”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불과 십여 일의 차이를 두고 묻지마 범죄가 발생한 이후, 나는 묻지마 범죄의 개념부터 제대로 알고 싶었다. 국내·외 대학 및 수사기관의 연구 논문을 찾았지만, 국내 묻지마 범죄에 대한 최신 현황과 연구는 매우 부족했다. 어렵사리 논문을 찾아내면 다행이었지만, 해외의 연구들에서는 범죄심리학과 사회학, 정신건강의 관점에 따라 분석이 제각각이라 길을 잃곤 했다.

묻지마 범죄의 유형을 크게 현실불만형과 정신장애형으로 나눠 분석한 연구를 참고해 정신장애형에 대한 조사의 뼈대를 세우기로 했다. 정신장애형은 망상과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범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형이다. 

박지선·최낙범(2013)은 “정신 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범죄가 모두 정신 질환자의 소행이거나 정신 장애의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며 “모든 정신 장애자를 잠재적인 묻지마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단순히 정신 장애를 범죄의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신 장애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나 만성적 적대감 등 관련 변인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1)

어쨌거나 정신장애형 묻지마 범죄자에 무게를 두고 취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국내 통계와 연구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와 맞닿은 측면 모두를 짚을 수 있으니 의미는 있었다. ‘이런 취재를 시작해야지’라며 작은 이정표 하나를 정한 것 뿐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이정표인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강력 범죄 중에는 묻지마 범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는데 이것을 내 임의대로 구획지을 수는 없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 문건을 보면 공통적으로 ‘사법입원제’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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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김양균 인증된 계정
의학기자
여러 의미의 건강에 대해 쓴다. 전자책 <팔레스타인의 생존자들>, <의사 vs 정부, 왜 싸울까?>,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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