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량품입니까-②정신장애인은 고독하다

김양균
2023/09/01
<나는 불량품입니까>
프롤로그
①투명인간이 보일때 생기는 일 

박호연(가명)씨의 집은 서울 강동구에 있었다. 박씨는 낯설어하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손님들로 들떠있었다. 5평 정도되는 원룸에서 박씨는 혼자 지내고, 근처에 부모의 집이 있었다. 이야기는 첫 취업 당시부터 시작되었다. 

“성수동에 있는 보호사업장에 공고가 올라왔어요.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그걸 보고 갔죠. 거기에서 쇼핑백 만드는 일을 했어요.”

“월급은요? 일은 어땠어요?”

“월급은 매우 적었죠. 한 달에 8만 원을 받았는데, 작업한 걸 걷어서 박스에 모아두는 것까지 하면 2만원을 더 줘요. 그래서 10만원을 받았어요. 보호사업장은 정신장애인만 뽑아요. 거기에서 일한 게 2년 9개월인가. 모은 돈은 엄마에게 다 줬어요. 지금은 단체에서 일하는 데 최저시급을 받아요. 일반 사람이랑 똑같이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면 4대 보험료를 떼고 110만원을 받아요. 제가 오십이 넘었는데 여태껏 받은 월급 중에 가장 많은 거예요. 저는 노후 관리가 잘 안되어 있어요. 걱정이 되니까 우선 저축을 해요. 그렇지만 50만원은 생활비로 따로 빼놓아야 해요. 그래야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처음 발병을 했을 때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어렸을 때 간질이 와서 뇌수술을 하느라고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다 빚을 냈어요. 간질을 고치려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에 우울증이 와서 계속 정신병원을 왔다 갔다 했어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행당역에 있는 보호 작업장에 갔어요. 일은 오래 못하고 병원만 다녔는데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한 거예요

복지관에서 컴퓨터 교육을 시켜줘서 한글이랑 엑셀도 배우고요. 복지관으로 일거리가 들어오면 연결시켜주니까 가끔씩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어요. 복지관에서 연결해 준 일자리는 편했어요. 사업장에 제가 정신장애인이라고 일일이 설명을 안 해도 되고 어떻게 말할까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편해요. 미리 일하러 가기 전에 다 알려주니까 전 가서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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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김양균 인증된 계정
의학기자
여러 의미의 건강에 대해 쓴다. 전자책 <팔레스타인의 생존자들>, <의사 vs 정부, 왜 싸울까?>,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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