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량품입니까 - ①투명인간이 보일때 생기는 일

김양균
2023/08/31
나는 불량품입니까-프롤로그

영화 <아마데우스>(1984·밀로스 포만)는 자살을 시도하던 노인이 정신병원에 실려 오면서 시작된다. 노인은 전 궁중 음악사였던 살리에리였고, 모차르트에 대한 자신의 질투와 죄를 고백했다. 모차르트의 신들린 연기보다 내 시선을 잡아챈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건 영화 속 정신병원의 기괴한 풍경이었는데, 특히 영화 말미 휠체어를 탄 살리에리가 독백을 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는 정신질환자의 모습을 매우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했다. 좁은 철창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거나 흉측하고 불안정한 눈빛의 인간. 그 모습은 흡사 야수처럼 느껴졌다. 물론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그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적 연출이었겠지만, 유년시절 내게 각인된 이 정신병원과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란, ‘불편함’이었다. 

처음의 불편함은 시간이 흐르면서 궁금증으로 바뀌어갔고, 관심의 대상은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그 안의 의료진과 정신질환 당사자에게까지 확장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또 있었다. 기자 초년병 시절 만났던 적지 않은 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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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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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기자
여러 의미의 건강에 대해 쓴다. 전자책 <팔레스타인의 생존자들>, <의사 vs 정부, 왜 싸울까?>,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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