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찾는 한국인의 정체성
음식이 우리 삶에서 갖는 의미는 실로 막대하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자랐느냐, 평소 무엇을 즐겨 먹느냐 같은 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종 업데이트
2022/11/11
우리 삶에서 음식이 갖는 의미는 실로 막대하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자랐느냐, 평소 무엇을 즐겨 먹느냐 같은 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식. 우리는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부른다. 하지만 막상 ‘한식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엄격한 학술적 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조상 고유의 음식’인데, 이를 적용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 태반은 한식이 아니게 된다.
“한국 사람, 일반 소비자가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먹어도 거부감이 없는 음식을 한식이라 생각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짜장면, 짬뽕, 라면 같은 것도 이미 한국화됐고 일상식으로 먹기에 한식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한식을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 식생활에 가장 근접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보면 범주가 꽤나 자의적이라는 맹점이 있다. 각자의 식습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이럴 땐 시점을 완전히 바꿔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니까 한국 안이 아니라 밖에서 바라보자는 의미다. 그 시점의 주체는 외국인이 될 수도 있고,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될 수도 있으며, 한국인의 유전자는 갖고 있으나 한국 문화는 경험하지 못한 한국계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전통 음식, 입양아 출신의 한국계 셰프들이 만드는 한국풍 요리, 외국 생활을 하면서도 한데 모여 김장을 하는 동포들, 한국 길거리 음식을 모티브로 고급화와 세계화를 추구하는 젊은 셰프들…
모아놓고 보니 신기한 현상이 관찰된다. 분명 음식 이야기인데 더 이상 음식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모든 글이 우리에게 질문을 건넨다. 한국인은 누구이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이냐고? 그렇게 경계와 통념에 균열을 내는 과정에서 우리의 세계관은 보다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