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찾는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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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찾는 한국인의 정체성

한식이 묻는다. 한국인은 누구냐고.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 인증된 계정 · 독보적인 저널리즘
2022/11/11

에디터 노트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한국에서 음식은 그저 ‘살기 위해 먹는 것’일 뿐이었다. 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가가 앞장서 쌀 소비를 제한하며 밀가루 음식, 서양식을 장려한 때도 있었다. 그땐 굶을 걱정 없이 삼시세끼 먹는 자체가 부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미식 열풍이다. 맛집, 미슐랭, 먹방 같은 용어는 일상이 됐고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같은 고급 외식도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한국인은 더 이상 뷔페, 레스토랑 정도의 단어에 위축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외국에서 한국 음식도 이런 지위를 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한식당의 수는 2009년 9,253개에서 2017년 33,499개로 급격히 증가했고, 평균 식사 가격 역시 63달러로 프랑스 음식과 동급으로 분류된다.

이런 한식의 화룡정점은 바로 궁중요리. 입과 눈을 모두 즐겁게 만드는 궁중요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로 등재돼 있고,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10년 이상 노력해왔다.

그러나 보류 상태다. 사유는 바로 정체성과 연속성의 부재. 궁중요리가 한국인 전반의 문화를 상징하는지 모호하고, 또 사회에서 연속성 있게 이어져 왔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음식으로서는 분명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

이는 여러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체 무엇을 ‘우리’의 것으로 부를 수 있는가? 끊임없이 국경이 변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온 세계에서 완전한 고유성이나 연속성이 애초 가능한가? 그에 앞서 국가는 무엇이고 우리는 누구인가?

뉴욕타임스의 이 심도 깊은 기사엔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마리가 담겨 있다. 한식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 그리고 세계인의 정체성을 묻는 이야기다.


By 리가야 미샨 (Ligaya Mishan)


한국은 나라를 대표하는 요리를 보호하고 간직하는 동시에 그 우수함을 세계와 공유하고자 한다.

제네시스 하우스에 있는 온지음 뉴욕 식당의 셰프 앤드류 최가 한국 궁중요리의 대표적인 음식을 주문 제작한 전통 한복 위에 차려 냈다. 사슬적(말 그대로 사슬같이 번갈아 꼬치에 꿰어 구운 산적)은 미국 와규 소고기와 옥돔을 꼬치에 번갈아 끼워 만들었으며, 그릴 자국이 남게 구운 애호박, 그리고 파, 상추, 아니스히솝, 허브 샐러드가 같이 놓였다.

“우리에겐 딸기, 인삼이 있어요. 우리는 김치를 사랑해요. 피부를 아름답고 생기있게 해줘요.”

지금은 해체된 케이팝 그룹 원더걸스의 2011년 싱글 <K-Food Party> 가사다. 절반은 노래하듯 절반은 응원하듯 불렀다. 다만 모국의 요리와 재료에 자발적으로 바치는 헌사로 보긴 어렵다. 한국 농수산식품부는 이 젊은 여성들을 세계 문화홍보대사로 위촉했다. 3년 앞서 정부가 발표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식을 전 세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만드는 임무를 준 것이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겠다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2017년까지 해외의 한식당을 4배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기존의 한식당에는 한식 명칭 표기법의 표준화를 장려하는 조리법 매뉴얼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김치는 kimchi, kimchee, gimchi 중 kimchi로 써야 한다는 식이다. 메뉴판을 보는 외국인들이 어리둥절하지 않고 쉽게 기억하게끔 돕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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