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완성도 vs 시장적응력, 무엇이 더 중요할까?
2023/02/05
한 10년 전쯤 일본 하코네에 있는 료칸에서 짧은 휴가를 보낼 기회가 있었다. 그 료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곳 주인의 코멘트였다. 그는 이곳이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문화재급 료칸이라는 것과 자신이 선조 대대로 이 료칸을 가업으로 이어 온 후손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400년 역사라니, 한국으로 따진다면 조선 시대부터 영업을 해 온 료칸이라는 뜻이었다. 호기심에 그 주인에게 어떻게 그렇게 오래 영업을 이어오고 있느냐는 질문을 해 봤다. 내가 기대한 답은 온천수가 좋다라든지, 도쿄에서 접근성이 좋아서라든지 하는 대답이었는데, 그가 말한 답은 간결했다.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서'라는 것.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는데, 그는 '예전부터 쓰던 목조 목욕 용품, 접객 예절, 료칸의 요리들, 온천 시설 등을 거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료칸에 머물면서 나는 그가 말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해당 료칸은 3층 건물로서, 전체가 목조였으며, 온천 시설 역시 오로지 천연 암석과 목재로만 지어져 있었다. 료칸 내부의 객실 역시 모든 시설이 거의 박물관 급에 가까워 보였고, 종업원들의 의상이나 예법도 굉장히 예스러웠다. 일본의 전통문화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온천 체험과 더불어 일거양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준이었다.
400년을 이어 내려올 정도의 전통에 대한 존중이 정말 이 료칸의 장수의 비결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전통에 대한 고집스러울 정도의 존중은 이 료칸을 유명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이유임은 확실해 보였다. 하코네 주변에는 이 료칸과 비슷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소가 몇 곳 있었는데, 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내가 갔던 료칸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료칸이 위치한 마을 전체가 일본 전국 시대에 박제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그 료칸에서 머물렀던 짧은 ...
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