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소아과 예약하러 갑니다
2024/05/13
돌쟁이 둘째가 열이 난다. 그것도 금요일 밤. 급히 해열제를 먹이고 재우면서 병원 예약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에 빠진다. 오전 진료밖에 없는 토요일의 소아과는 그야말로 전쟁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토요일 새벽 6시. 남편이 기상하자마자 모자 하나만 눌러쓰고 소아과 키오스크 접수를 하러 갔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전화가 왔다. “연두방 15번이야” 성공이군, 가슴을 쓸어내린다. “수고했어!”
진료가 시작되는 9시에 병원에 가면 안되느냐고? 이미 늦었다, 토요일이라면. 이미 새벽에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은 보호자들만으로 오전 진료가 꽉 차버린다. 병원이 오픈되는 9시에 현장에 도착했다면 이미 접수 마감이다. 모바일 접수 앱 ‘똑딱’도 소용없다. 소위 ‘소아과 오픈런’이다.
소아과가 부족하다는 말은 갓난 아기를 키우는 나같은 엄마에게 현실 그 자체이다. ‘한산한 병원을 가면 되는 게 아니냐’고 물어온다면 ‘소아’환자를 봐주는 병원이 거기밖에 없어서, 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현상에 대한 뉴스 기사를 보면 서울이나 지방이나 가릴 것 없어 보인다. 특히나 주말에 아이가 아플 때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주말에 문을 여는 병원을 가기가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고 특히 일요일은 새벽 방문 접수조차 어렵다. 엄마 아빠들이 기를 쓰고 새벽 댓바람부터 현장으로 달려오기...
엄마가 된 여자, 삶이 이어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