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에 물 붓고 PC 선 자르고… 난 그들의 먹잇감이었다 [회사에 괴물이 산다 4화]
2024/06/27
#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험담을 시작한다. 내 욕을 하는 게 확실하다. 다 들리니까. 그렇다고 사무실에 다 들릴 정도는 아니다. 세 사람뿐인 부서에 같은 줄에 앉은 두 사람이 욕하는 걸 매일 듣다 보면, 키보드 소리에 묻힌 목소리 톤만 들어도 ‘아, 또 내 욕이구나’ 알게 된다.
“쟤 7시 59분에 왔다.”
“8시 1분에 자리에 앉았다.”
“또 나댄다.”
“쟤 요즘에 무슨 책 읽는다.”
“쇼하네.”
소곤거리는 목소리, 두 사람의 험담은 사내 메신저에서도 계속되고 내가 출근한 시간과 퇴근한 시간은 두 사람의 노트에도 기록된다. ‘앉아 있으면 앉아 있다고, 키보드를 치면 키보드를 친다고 욕’을 했다. ‘내가 숨 쉬는 것조차도’ 욕을 들어야 하나,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다.
김정민(39, 가명) 씨가 삼성SDI 울산사업장 기술팀에 입사한 건 2011년,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첫 직장이 삼성이라는 뿌듯함에 ‘내 몸에는 파란 피가 흐른다’고 말하고 다녔다. 삼성의 상징색이 파란색인 까닭이다.
평소에도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 생각한 그였다. 회사가 원한다는데 당연히 따라야 했다. 그가 먼저 원해서 간 건 아니었지만, 막상 보건팀에 가보니 하는 일이 잘 맞았다.
보건팀은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건강 증진 업무 등을 한다. 법령이나 규정이 명확했고 성과가 분명했다. 무엇보다 타인을 돌보는 일이라는 사실에 정민 씨는 만족도가 높았다.
일을 해보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일이 재밌었고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