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정말 위기일까?
2023/08/10
6개월. 2023년 힙합이 빌보드 주요 차트 정상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7월 10일 릴 우지 버트의 ‘Pink Tape’가 비로소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며 갈증을 풀어줬다. 올해는 30년 전 1993년 사이프러스 힐의 ‘Black Sunday’ 이후 가장 오랫동안 랩/힙합 앨범이 1위에 오르지 못한 해다.
싱글 부문은 상황이 더 나쁘다. HOT 100 1위 곡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음악의 성격과 장르를 떠나 음악가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주 빌보드 HOT 100 1위 곡 정국의 ‘Seven’에 참여한 라토를 주인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렇지 않았다. 거너, 릴 더크,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푸샤 티, 퓨처, 켄드릭 라마가 1위 앨범을 내놓았다. 해리 스타일스가 ‘As It Was’로 장기 집권하던 HOT 100에서도 잭 할로우, 퓨처&드레이크의 넘버원이 있었다. 올해는 빌보드 1위곡은 고사하고 톱텐 히트곡도 여덟 곡밖에 없다. 빌보드 차트의 영향력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지만, 힙합 진영에 결코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매체를 통해 힙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줄었다. 루미네이트 통계에 의하면 미국 내 힙합의 스트리밍 비중은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25.9%를 차지하고 있다. 컨트리와 라틴 음악, 케이팝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월까지 빌보드 지는 힙합이 올해 단 한 곡, 단 한 장의 넘버원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릴 우지 버트와 트래비스 스콧의 활약으로 상황이 달라졌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다.
힙합은 정말 위기일까? 지표상으로 주춤하고 있는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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