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화가의 ‘길들여지지 않은’ 예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8/01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화가 강혜정
그녀의 그림 속 여인들은 당당하고 화사하다. 바라보고 있으면 여인들이 금세라도 튀어나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야유회를 함께 가자고 할 것 같다. 그녀들의 의상은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이다. 다수의 고객을 위한 대중적인 프레타포르테, 관중과 평론가의 시선을 의식한 오트 쿠튀르 컬랙션과는 달리, 그녀가 창조해낸 의상은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의 원색의 원단을 재단하고 조각내어 두른 그녀들의 의상에서는 디자인의 규칙과 질서라는 게 없다. 화가가 창조해낸 여성들의 눈빛은 몽롱하고 몽환적이며, 길쭉한 키에 긴 목과 팔, 가느다란 손가락은 남편과 아이를 위해 밥 짓고 청소해야 하는 현실 속 여인과는 거리가 멀다.

잔뜩 부푼 버닝이나 챙이 넓은 모자를 머리에 쓰고, 목과 팔에 화려한 액세서리를 칭칭 감은 채 어디로 외출을 하려는 걸까? 그녀들은 무릅까지 올라온 부츠의 끈을 동여매고 떠날 채비를 하고, 이를 기념해 스냅사진을 찍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화려한 미장센(Mis en scene)으로 기록되는 순간이다. 



화가 강혜정의 인물들은 밑그림 없이 직관적으로 창조된 까닭에 언뜻 보면 키치적인 요소가 강한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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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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