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시간 썼다가 평가 ‘최하점’… “회사는 지옥이었다”[회사에 괴물이 산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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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이슬비가 흩뿌리듯 내리는 날이었다. 대전 산성동에 있는 박지은(43, 여, 가명)의 집을 찾아가는 날.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빗방울들이 바람을 따라 어지럽게 날렸다. 우산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느새 옷자락이 눅눅하게 젖었다.

박지은을 향한 그들의 괴롭힘도 그랬다. 박지은의 하루에는 매일같이 비가 내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먼지 같은 비.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그 정도는 다들 견디며 살아.’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냐? 좀 융통성 있게 굴었어야지.’

무심한 생각들이 박지은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출근하는 아침부터 퇴근하는 저녁까지 내리는 비를 꼼짝없이 맞았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박지은의 일상이 고통으로 축축이 젖어버렸다. 일상을 잠식하던 고통은 그의 마음을 결국, 집어삼켰다.

박지은이 현관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다. 억지로 지은 웃음이 입가에만 묻어 있다. 뺨에는 벌써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의 집 안으로 한 발짝 걸음을 들여놓는 것도 미안했다. 내 얄팍한 호기심이 그의 상처를 헤집어놓지는 않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그와 마주 앉았다.
대전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 박지은(가명). 지난 3월 5일 그를 처음 만났다. ⓒ셜록
박지은은 대전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직 직업상담사다. 공무직.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 중앙부처나 공공단체의 일을 하는 근로자. 하지만 그는 일터가 아닌 집에 있었다.

“저희 사무실이 5층인데 창문을 이렇게 밀면 (아래로) 반 정도만 열리는 구조거든요. 근데 제가 신발을 벗고 거기 올라가서 앉아 있더라고요. 미끄러지듯이 몸을 기울이면 떨어질 수도 있는 곳인데…. ‘아, 내가 여기를 더 다니다가는 정말 어떻게 될 수도 있겠다….’”

지난 2월, 그는 두 달간의 긴 무급 병가를 냈다. 진단명은 ‘중증도의 우울 및 수면장애’.

그의 마음을 잡아먹은 ‘괴물’은 회사에 있었다.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반대로 폭식을 했다. 맛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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