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에 대한 뒤늦은 서평
2023/12/23
안전보건에 대해 높아진 사회적 관심은 관련된 대중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개인적 고백이지만 그런 책들의 발간 소식을 들으면 일찌감치 주문하고 서가에 꽂아두긴 하되 바로 펼쳐 읽게 되지 않는다. 일터의 현실은 늘 문제로 넘쳐나고 들여다보아야 할 것들투성이다. 이슈가 터져 나오는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며 ‘현안’을 좇아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원튼 원치 않든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대접을 받고 밥벌이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발화(發話)는 근거나 데이터가 필요하고 통계, 보고서, 외국 사례 등을 뒤지는 일로 벅차다. 천착해온 주제에 대해 성실하게 탐구해 온 이들이 관련한 훌륭한 책을 발간했다는 소식은 반갑고 얼른 서가에 챙겨두면서도 그 주제에 대한 발화를 요청받게 되기 전까지는 잘 펼치지 않게 된다.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다.
산재 사례들을 소재로 한 책도 읽어내기가 힘들다. 책의 소재가 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시점부터 조사, 수사와 재판과정까지 다양한 언론 기사들 뿐 아니라 노동조합과 단체들의 여러 소통망을 통해서 정보들을 접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참담했던 사례마다 원인 규명의 과정은 한 걸음 나가기도 쉽지 않고, 결국 드러나는 죽음의 원인은 어이없고 허망하다. 속 시원히 책임 소재를 가리고 마땅한 처벌을 받게 만드는 일도 재발 대책 마련도 더디기만 한 현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런 사례 혹은 사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온다. 분명 성실한 취재로 담았을 사건들의 연원, 거기에 더해 다져진 필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냈을 재해 노동자의 가슴 저미는 사연, 황망함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이들의 응어리진 한과 슬픔을 다시 대면하는 일은 편치 않다. 현실 속에서 경험했던 무기력과 피로감, 감정적 소진을 책을 통해 재경험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역시 게으름에 대한 변명일 수도 있고, 게으름을 변명 삼은 심리적 회피일 수도 있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참사와 재난, 안전한 권리...
‘보다 건강한 사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드는 꿈’ 재단법인 일환경건강센터(https://cweh.org) 이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