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정권의 민낯, ‘용산 지킴이’와 셜록이 파헤치다 [셜록 이야기 34화]
2023/10/05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마을도서관 문을 열자 초등학생들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네다섯 명의 아이들은 손님이 온 줄도 모른 채 보드게임에 열중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바로 온 듯 책가방이 바닥에 뒹굴었다.
“얘들아, 재밌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사이로 김은희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 대표는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 대표 뒤로 보이는 책장에는 주로 어린이용 동화책과 그림책, 청소년용 문학책이 꽂혀 있었다. 도서관 근처에 있는 효창공원에 관한 역사책과 기후위기 관련 책도 있었다. 용산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만든 ‘마을’도서관다웠다.
용산 주민이자 지역활동가인 김 대표는 마을도서관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용산 주민으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로서 해야만 하는 책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늘 하던 대로’ 했다. 용산 주민으로서 지역 일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걸 그의 소임으로 여겼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이 초래한 결과는 달랐다.
김 대표는 용산어린이정원이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도안을 소셜미디어에 최초로 알렸다. 이후 김 대표는 돌연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용산어린이정원 토양오염 문제가 너무 조용히 흘러갔거든요. 더 소란스럽게 해야 했나 봐요. 그런데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로 저희를 이렇게 건드려주더라고요. 그래, 더 탄압해라. 이 문제로(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사건 의미) 윤석열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 보여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