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교사 그만뒀어?"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3/10/06
최근에 존경하는 어른들을 만나뵐 일이 있어 
조심스레 내 근황을 전했다.

"저 사직했어요." 
환하게 웃으며 조금은 눈치를 보며 말하는
내 말을 듣고 어른들 반응은 가지각색.

영어교육과 학부 시절
나는 영문학 수업을 다른 전공 수업들보다도
더 열심히 듣는 학생이었는데,
좋아하던 영문학 교수님께서는
내가 그만두었다고 하자
"아, 요즘 학교가 힘들다고 자꾸 얘기가 나오더니,
정말 그만두는구나. 내 제자 중에서도.
전에 찾아왔을 때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뭐, 뭘 해도 잘 하겠지.
앞으로 그럼 더 힘을 내야겠네."

하고 웃으셨다.
뭐랄까, 가장 내 마음을 편하게 한 반응이었다.

또 다른 (지금은 은퇴하신)원로 교수님께
"저 사실 교수님 은퇴랑 비슷한 시기에
교직 은퇴했어요!" 하고 농담을 건네자
내 손을 꼭 잡으며 "잘했다. 잘 그만뒀어."
하고 말씀해주셨다.
 
미래 전망에 대한 통찰력 있는 조언을 들었다. 

임용고시를 지도해주셨던 담당 지도교수님께선
깜짝 놀라시더니 내 얼굴을 살피시고
"다음에 만나서 밥 먹자. 밥 먹고
술 마시면서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이야기 해줘. 
뭔가 상황이 있었겠지."
하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씀하시고는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주셨다.

학부 시절 나를 잘 챙겨주시던 조교선생님께선
"그만뒀다고? 왜?" 하고 
진심으로 충격 받으신 표정이셨다.

"너무 힘들어서요. 
이제 좀 자유롭고 홀가분해요."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 좀 더 지나면 더 나아질 텐데... 
근데 뭐 아직 젊으니까.
버티는 것보다 어릴 때 그만두는 게 
새 커리어 찾기에는 더 나을 수도 있지.
너가 그만둘 땐 다 이유가 있었겠지.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아, 이제 찾아봐야죠. 
뭐 어딜 가도 교직에서 벌던 만큼은
벌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별로 걱정은 안 돼요."

"그래, 워낙 박봉이니까. 
아무튼 그동안 고생했다."

오히려 위로가 되는 반응들이었다.
두려워하던 반응은 없었다.

사실 7년차에 그만두었다는 내 말에
환호성과 박수에 존경한다는 말까지 덧붙이는
처음 보는 후배들도 있었다. 
하루 내내 활짝 웃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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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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