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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 남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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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이미지 출처: Johannes Daleng on Unsplash)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는 생각을–어쩌면 푸틴을 포함해–아무도 하지 않았던 2019년,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등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다른 종류의 전쟁을 위해 미사일과 핵무기를 채우고 있다 (The U.S. And Russia Are Stocking Up On Missiles And Nukes For A Different Kind Of War)"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가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를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이에 대비해서 전술핵무기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는 기사였다.

당시만 해도 당장 닥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이 기사가 최근 눈길을 끌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이 또다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술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이 돌연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2019년 미국의 결정은 앞으로의 전쟁 양상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쟁의 진행 상황을 간략하게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푸틴의 징집령

가장 중요한 변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푸틴이 내린 징집령이다. 물론 총동원령은 아니고 군 경력을 가진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는 "부분" 징집임을 강조했지만, 러시아가 침략받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의사에 반해서 국민을 동원하는 일은 푸틴에게 정치적으로 몹시 위험한 선택이다. 이제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국민이 대체로 이번 전쟁에 무관심하다는 (물론 이는 푸틴의 설계이지만) 사실 때문이었는데 징집령이 내려지면 전쟁은 강 건너의 일이 아닌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의 국경에 늘어선 탈출 행렬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그렇게 되면 국민은 푸틴을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푸틴의 권력은 내부에서 위협받게 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푸틴이 징집령을 내리는 것은 최대한 피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푸틴은 부분 징집령이라는 약간의 우회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국민의 반발은 컸다. 동원령이 내려진 직후 러시아 내 군 징집센터를 비롯한 건물 수십 채가 불에 타고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했고, 보도에 따르면 벌써 18만 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징집령을 피해 주변국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그렇게 탈출하던 러시아 남성들이 국경에서 징집 통지서를 받기도 한다는 보도도 있다.

푸틴이 이런 정치적인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은 전황의 변화와 내부의 비판 때문이다. 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극우 인플루언서들은 러시아군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물론, 푸틴이 징집령을 내려서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푸틴이 내린 부분 징집령으로 이런 비판이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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