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집짓고 사는 법 - 집짓기의 서막 1

안군
안군 · 교육자이자 동네사람
2023/01/12
집짓기의 서막
살다 보니 집을 짓게 됐다. 맨날 산 보고 강 보고 집을 지어 살아가는 이웃을 보며 살다 보니 나도 어느덧 집을 짓게 됐다. 원래부터 시골에 살지는 않았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래 봬도 서울 태생, 그것도 종로 한복판에서 태어났다. 나만의 기억이라는 게 있을 무렵에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이후로 유치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모두 시골에서 다녔다. 대학 시절에만 잠깐 도시로 나왔다가 다시 취직을 하고 시골로 내려왔다. 

시골에 취직할 생각은 없었는데 나를 불러 주는 곳은 시골밖에 없었다. 이십 대 중반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 불러 준다는데 “네 감사합니다”하고 가야지. 낡은 차에 짐을 가득 싣고 서울에서 출발해 내려온 날이 기억난다. 당장 지낼 곳이 없어 날 뽑아준 인사권자의 집에 한 달 정도 머물렀다. 이것도 이사라면 이사인데 소설가 박민규의 말처럼이건 사실 ‘이동’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보스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날 위해 대신 집을 구해주고(얼른 나가라는 말이었을까) 본격적인 시골 라이프가 시작됐다. 이때는 ‘귀촌’이라는 말이나 ‘로컬’이라는 생각 또는 무슨 삶의 전환이니 이런 것보다 ‘와 날 뽑아주다니, 열심히 일해야겠다’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몇 년은 일에 푹 빠져 살았다. 집, 직장, 집, 직장 다시 직장 또 직장 잠깐 집, 직장을 왔다갔다 하며 살았다. 시골에 살지만 몸만 시골이지 사실상 도시에 사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는 풍경만 산과 나무와 계곡과 별과 푸른 하늘이지 집과 직장을 왔다 갔다 하는 삶이 도시인과 무엇이 달랐을까. 정신없이 바쁘게 몇 해가 훌쩍 지나가 보니 내 곁에 짝꿍이 생겼다. 기승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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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섹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대안적으로 살아가기를 모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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