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식 토지약탈에 맞선 모잠비크 농민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5/21
  • 스테파노 리베르티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기업식 영농은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그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에서 행해지든 상업성 있는 농사방식을 개발해 손쉽게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기업식 영농의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소규모 영농업자들의 생계형 농업이 위협받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본과 브라질, 모잠비크가 합심해 구상한 공동계획 ‘프로사바나(ProSavana)’ 프로젝트의 맥락도 이와 같다. 그러나 3국의 영농인들은 이례적으로 거세게 반발했으며,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진행이 중단됐다.

나카라리는 마푸투(모잠비크의 수도)에서 북쪽으로 2,000km가량 떨어진 말레마(Malema) 지구의 오지에 위치한 외딴 마을이다. 40명 남짓한 남녀가 망고나무 아래에서 방문객을 맞이했다. 나뭇가지에서는 과일이 하나씩 떨어지고, 아이들은 뛰노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태양에 한껏 그을린 피부와 굳은살이 박인 손…. 영락없는 농민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마을 이장 마고스티뉴 모세르네아가 이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정부의 말을 믿으면 안 됩니다.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해요.” 인근 마을에서 갓 도착한 농민단체 대표들이 이어서 말했다. “정부는 현재 막다른 길목에 처해 있습니다.” 그중 40대로 보이는, 경쾌한 목소리의 전국농민연합 소속 디오니시우 메포테이아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간의 투쟁 덕에 우리는 사상 최초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토지의 침탈을 막아내고, 이 땅이 몇 세대 전부터 이를 일궈온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킨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성과는 오직 단결력으로 얻어낸 것입니다.”

나카라리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농민운동은 전 아프리카에 걸친 대규모 기업식 농업 개발 계획 ‘프로 사바나’ 프로젝트에 일격을 가했다. 농민들 입장에선 치명타가 되길 원한 한 방이었다. 망고나무 아래에서 이뤄진 그 날의 집회는 오랜 기간 이어온 일련의 집회들 중 최근 집회일 뿐이었다. 메포테이아는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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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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