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은 자처럼 출근하고, 투명인간처럼 퇴근한다”[회사에 괴물이 산다 3화]
2024/05/31
[지난 이야기] 박지은(가명)은 대전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직 상담사다. ‘갑질’ 신고 이후 그를 향한 따돌림은 더 심해졌다. 계속 술자리를 강요하던 팀장은 갑자기 술을 사들고 집으로 찾아왔고, 술에 취해 박지은의 딸아이에게 입을 맞췄다. 공개된 자리에서 박지은의 가난을 조롱했다. 모두가 그를 투명인간으로 여겼고, 우울증은 그만큼 깊어졌다.
박지은이 겪은 일들을 ‘사적 갈등’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그 출발에는 조직 내 부조리와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군기’를 잡든 ‘짬밥’을 내세우든 ‘대세’에 순응하면서 살았어야 하는데, 박지은은 고분고분 숙이고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이유 아니었나.
심지어 그렇게 출발한 갈등이 ‘공적 업무’에 지장을 주는 지경까지 왔다는 사실을 회사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은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을 때, 그는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이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게 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질문의 방향이 틀렸다. 회사는 똑같은 질문을, 박지은을 3년간 따돌리고 괴롭혀온 사람들에게 했어야 한다.
“부서장은 ‘나는 (다른 부서로) 갈 사람이니까 10:1로 괴롭히더라도 그 10에 수긍하면서 살라’고 했다. ‘나는 그럴 권한이 없어서’, ‘그건 내 담당이 아니라서’ 눈 뜨고 보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방임하고 방관했다. 사적으로 10:1로 따돌리고, 공적으로 나의 업무에 협조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수차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지은 비망록)
‘갈 사람’이라는 말이 맞았다. 2021년 5월 박지은이 입사한 뒤로 현재까지 약 3년 동안 센터장은 네 번 바뀌었다. 그중 세 명은 1년도 되기 전에 바뀌었고, 짧게는 석 달 만에 바뀌기도 했다. 행정팀장 역시 짧게는 두 달 만에 바뀌었고, 1년 이상 일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공무직 상담사들은 계속 이곳에서 일해야 하지만, 공무원 관리자들은 몇 달마다 계속 바뀌었다. 두 달 만에 ‘스쳐가는’ 자리에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나설 사람이 있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