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구에 달나라는 없습니다.
성탄의 밤이었다. 조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흐트러진 정의 속에서, 그의 죽음이 더 야속하다. 난장이만 있고 달나라는 없다.
여전히 달나라가 있으면 좋겠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애착이 있다. 내용물은 처절하고 까슬했으나 포장이 아름다웠다. 작가는 토막난 문장으로 빈민의 사투가 펼쳐지는 복판을 포착했다. 단연 섬세했다. 이를테면 ”가자, 달나라로!“라는 마지막 부분은 압권이었다. 문장이 마음을 무너트렸다. 마음의 끄트머리에서 막연한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그가 세운 문장의 집 속에서, 수없이 난장이가 어디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헤아렸다. 과연 그가 그리던 달나라는 어떤 곳이었을까. 난장이가 그리던 곳은 어디었을까. 토마스 모어가 말했던 유토피아가 아닐까. 거기는 가난도, 돈도, 아파트도, 재개발도, 계고장도 없는 곳이 아닐까. 뻔하디 뻔한 추측이 이어졌다. 생각이 닿지 않는 달나라는 남루할 따름이었다.
그가 떠난 세상에는 아직 난쟁이들이 많이 남아있다. 살아생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조세희 작가는 난장이가잊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산의 망루에서 사람이 죽은 2009년 이후의 생각이었다.
비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