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인의 미스테리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1/31
어느 여인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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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SOS 24> 프로그램을 할 때는 “세상에는 참 별의 별 사람이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쩌면 이렇게 기구할 데가 하는 탄식부터 뭐 이런 나쁜 놈이 다 있어 하는 분노,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나 하는 경탄, 사람 참 알 수 없네 하는 허탈함까지 그야말로 총천연색 48색 크레파스같은 감정들이 일할 때마다 엇갈렸다. 그 중 지금도 풀기 어려운 미스테리의 여인 이야기 하나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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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제보가 왔다. 연하의 남자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언니를 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경기도 소도시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고 있는 언니 집에 단골로 들락거리던 손님이 언제부턴가 스토커가 돼 구애를 호소하더니 영업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손님들을 내쫓고 심지어 납치까지 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현장에 가서 이틀쯤 지켜보니 영락없는 스토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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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이미지
4,50분 거리에 살던 남자는 저녁 무렵만 되면 어김없이 여자의 막걸리집에 나타났다. 손님들 맞는 여자를 감시했고 손님들과 친밀한 모습만 보이면 살기 어린 분노를 드러내며 가게에 들이닥쳐 시비를 걸었다. 여자의 형제들도 가끔 와서 남자를 제지하기도 하고 폭력으로 응징하기도 하고 경찰에 신고도 해 봤지만 궁지에 몰리면 싹싹 빌고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서는 다음날 저녁이면 막걸리집 근처에 와서 여자를 감시했다. 경찰도 폭력을 휘두르거나 범죄적 상황이 아닌 한 개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작년에야 스토킹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됐으니 18년 전의 시골 경찰에게 이 스토커는 그저 “여자에 정신 나간 미친 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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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영업 시작하기 전 가게에 나타난 남자는 여자에게 손님들에게 꼬리치지 말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었고 여자가 무시하자 여자 허리를 휘어잡고 내동댕이칠 듯 들어올리는 위협을 가했다. 멀리서 보고 있던 나와 후배 PD는 다급해졌다. “안되겠다. 더 지켜볼 것도 없다. 개입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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