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가위, 훈민정음과 혜원전신첩을 조각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3/19
혜원전신첩 NFT
NFT에 대한 오해: ‘NFT는 사기다’

사기란 ‘사람을 속여 착오를 일으킴으로써, 금전적 손실을 보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은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라 할 수 있다.

NFT는 2021년 영국의 사전 전문 기업 콜린스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며 빠르게 확산한 기술개념으로, 실제로 보급돼 활용된 것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NFT에 대한 설명은 복잡다단하지만,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인터넷을 기반한 가상세계에서 사물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컴퓨터 파일에 구매자 정보 등 고유 인식 값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보증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현재(2023년 1월 기준)까지 소유권과 저작권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 “무채물(無體物)인 디지털 콘텐츠는 민법상 소유권을 인정받는 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소유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게 다수설”(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 변호사) 이라는 의견에 필자도 동의한다. 지난해 영국 법률위원회에서 제3의(가상세계) 소유권 개념 창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나, 한국에선 현실과 가상의 권리관계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법조계에서도 이제 막 시작된 실정이다.

그러므로 NFT 자체는 이제 막 나타난 ‘신기술’이며, ‘블루오션’이다. NFT는 가상현실에서 운용된다는 특성상 ‘게임콘텐츠’와 자주 비교되지만, 개별적 가상세계를 향유하는 공동체의 사용으로 유지되는 게임의 성질과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만 한다. NFT 기술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무한한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NFT 기술의 탄생으로 인류는 현실을 기반으로 ‘실체’가 없는 ‘실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장 보드리야르의 개념을 일부 빌려 응용하자면, 파생 실재(Hyper-réel)의 세계에서 무한한 창조를 통해 현실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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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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