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들을 죽였나’ 어머니의 쪽지에 숨어 있던 진실 [사라진 이등병의 편지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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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8
‘바다’를 볼 때 이제 우리 눈에는 바다 외에 다른 것도 담길 것이다. ‘가만히 있어라’는 말 속엔 영원히 그늘이 질 거다. 특정 단어를 쓸 때마다 그 말 아래 깔리는 어둠을 의식하게 될 거다. 어떤 이는 노트에 세월이란 단어를 쓰려다 말고 시간이나 인생이란 낱말로 바꿀 것이다. –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중(《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년)

세월호를 마음에 장사지낸 사람들이 세월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던 것처럼,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그날로 아들의 이름을 잃어버렸다. 아들의 이름자와 같은 글자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 말 아래 깔리는 어둠”이 아버지의 인생에 짙게 드리웠다.

스물한 번의 봄을 살고,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왜. 도대체 왜. 아버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 모든 것의 답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은 이제 세상에 없었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날, 아들의 마음이었다.

방성률(1975년생)은 똑똑한 아이였다. 대학교수인 아버지 방근태(77세)와 공무원 출신인 어머니 도채숙(78세) 사이에서 모자람 없이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이름에 ‘법 률(律)’자를 넣어 지은 덕분이었을까. 국립대 법과대학에 진학한 방성률을 보며, 가족들은 그가 장래에 사법고시를 보고 훌륭한 법조인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도 품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입대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것이 고시 공부. 군대를 먼저 다녀와서 편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얘(방성률)를 정서적으로 키우려고 피아노도 가르쳤어요. 얘는 엄마가 뭘 시키면 ‘노(No)’ 하는 게 없어요. 늘 ‘어머니, 하겠습니다’ 하지. 그래서 피아노도 곧잘 쳤습니다. 객관적으로 봐서 얘가 스스로 ‘어떤 일’이 있어야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도채숙)

방성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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