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패배
2022/11/14
지난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선거에서 연방 상원을 민주당이 지키느냐, 공화당이 빼앗느냐를 결정하는 격전지 중 하나였다. 이곳은 워낙 석탄산업과 수압파쇄(fracking)로 알려진 셰일가스 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정책을 좋아하지 않고, 그걸 잘 아는 트럼프가 적극 공략해서 공화당 우세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하지만 존 페터먼(John Fetterman)이라는 특이한 후보(이 후보에 대해서는 이번 주말에 별도의 글로 다룰 예정이다)가 등장하면서 민주당이 펜실베이니아를 되찾아오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다른 주가 공화당으로 넘어가더라도 펜실베이니아를 빼앗아오면 상원을 지킬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이 주에 온갖 선거자원을 쏟아부었다. 바이든과 오바마 같은 스타의 방문이 그런 '자원'이었다. 하원과 더불어 상원까지 뺏기면 남은 임기 2년 동안 손발이 묶이게 되는 바이든은 물론이고, 자신의 레거시를 지켜야 하는 오바마도 펜실베이니아를 되찾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펜실베이니아에 힘을 쏟았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공화당 내에 자신을 철저하게 지지하는 의원들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미 트럼프의 정당이라고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트럼프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주장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이나 이익과 겹치기 때문에 지지하고 있지만 2020년 대선 결과 부정과 의회 난입 사건 등과 관련해서는 생각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Mitch McConnell)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의원이 필요하다.
왜 그들이 필요할까? 여기에 두 번째 이유가 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서 대통령이 되려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즉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정치인들을 당선시킴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이 살아있음을 만방에 과시하는 한편,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