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바뀐 것은 없다, 적어도 학생인권은

공현
공현 · 청소년인권활동가,대학거부자,병역거부자
2023/12/16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어제(2023년 12월 15일) 충청남도의회를 통과했다. 이후 재의요구 등이 있을 걸로 예상되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암담한 소식이다.
지금 준비 중인 학생인권조례 단행본에 실을 글로 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소회'인데, 편집자가 책 성격에 맞지 않다고 하여 실리지 않을 듯싶어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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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학생인권 보장 요구 집회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 홍보물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것은 2000년, 막 ‘새천년’이 시작된 때였다. 어릴 적에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나에게도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던 그 무렵의 분위기 같은 것은 선명한 듯, 모호한 듯 기억에 남아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건 세상이 바뀔 거라는 기대, 일종의 낙관주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든, 정치와 문화의 변화에 의해서든 21세기에는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질 거라는 전망과 기대감이 각종 매체를 통해 표현되곤 했다.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는 새 시대의 마중물처럼 느껴졌다. 경제적으로는 1997년 외환 위기 사태의 상흔이 깊었지만, 한국 정부는 2000년에 IMF에 빚을 모두 갚아 위기를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세기는 큰 고난을 이겨 낸 만큼 더욱 빛날 것 같았다.

현대사를 좀 공부해 본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런 낙관적 분위기의 밑바탕에는 1990년대에 한국 사회 전반의 민주화·자유화가 진전되어 온 경험이 깔려 있었을 듯싶다. 또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 6월 항쟁과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 그리고 노동자 대투쟁과 노동 소득 분배율의 증가 같은 역사적 사건과 변화를 꼽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가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쯤에 초등학교로 명칭이 변경된 것도 직접 목도한 상징적인 변화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정작 나에게 2000년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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