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라는 단어에는 온도가 없다

다다르다 · 말 못한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2023/06/13
꽤 큰 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동네 중심부 상가 건물 1층에 넓게 자리하던 프랜차이즈 카페가 자리를 뺐다.
사람의 발길이 부쩍 줄어드는 게 눈이 보이더니 결국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 빈자리보다 더 공허함을 주는 것은 인정사정없이 붙어버린 저 딱지들이다.
문득 저 단어들에는 온도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임대 문의"
"권리금 없음"

점포 정리는 서늘하다.

폐업은 시리다.

임대는 차다.

오가는 사람들의 바쁜 걸음과 프랜차이즈 카페의 당당함과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커피 향이 가득하던 그곳은 저렇게 하루아침에 사람이 머물기 힘든 폐허가 되었다.
뜬 자리가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은 쓸데없이 고퀄인 감성인 걸까.

동네 꼬마 친구들의 참새 방앗간 같은 약속 장소이자 놀이터였던 팬시 샵도 문을 닫았다.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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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하며 한 세상의 한 아이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며 관찰하며 글로 풀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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