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력은 나를 조롱하기도 하고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2/28


삶을 더 낫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를 배신하는 경우에 대해 한탄할 때가 많다. 노력이 그에 걸맞은 보상을 주진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듯 나 역시 알긴 하지만, 간혹 보상을 주긴커녕 크나큰 손해를 줄 때도 있음을 종종 깨닫기 때문이다.

나의 수필집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에도 쓴 내용이지만, 갤럭시 S10e를 오랫동안 깨끗이 쓰겠답시고 자외선 접착식 강화유리를 붙였다가 접착 용액이 스피커로 들어가서 스피커와 볼륨 키와 배터리가 모두 고장난 적이 있다. 사설과 공식 수리점 모두를 다니며 수리를 받고도 삼성 페이의 마그네틱 결제는 고치지 못해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가장 강력한 기능 하나가 상실되고 말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깨끗이 오래 잘 쓰려 한 시도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때의 비참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구형 스마트폰이라 값이야 심각하지 않은 지경이었지만 노력이 안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고통스러웠다.

그 뒤로 쓰기 시작한 갤럭시 S20+도 오래도록 잘 쓰려고 마음먹고 여러모로 아꼈다. 평소대로라면 쓰던 기기를 처분하고 거기에 돈을 보태서 기변을 했을 텐데, S10e가 처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생돈이 나갔으므로 한층 더 아껴야 했다. 이번에는 자외선 접착식이 아닌 필름을 붙이고 중고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화면 전용 보험을 들었다. 기왕이면 어떤 파손이든 커버할 수 있는 보험을 들고 싶었지만, 몇 년 전에는 있던 중고폰 보험 상품들이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기에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스마트폰 카메라가 애초부터 이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배 줌을 설정해서 사용 렌즈가 변경되면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이었다. 먼지가 끼었겠거니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서비스 센터에 갔더니, 아뿔싸, 렌즈에 금이 갔단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한참 늦게 알게 된 데에는 이 모델이 상황에 따라 1배율 렌즈로 디지털 확대를 하기도 하고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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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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